그림책추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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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풀빛, 2011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이 이름을 오늘에서야 확실하게 기억하게 됐다. 2022년 프랑크 푸르트 도서전에 갔을때 독일관 부스를 지나가다가 유독 강렬하고 선명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꿈속을 표현한 듯한 그림인데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빨간색 문어의 몸을 갖고 있는 소녀. 하늘을 날고 있는 역동적인 모습. 그 그림책이 이란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런데 도서전 당시에는 더 찾아보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가 이번에 그글동 동문회에서 '하이델바흐' 깊이 읽기를 하게 되면서 드디어 책으로 만나게 됐다. 풀빛에서 이 작가의 책이 많이 나왔고, 다 김경연 선생님이 번역을 맡으셨다. 를 읽고 나서는 처음엔 무슨 얘기인지 잠시 멍했는데 다시 보니 우리나라의 이 바로 연상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선녀..
2024.04.21 -
이유정 글.그림, <덩쿵따 소리씨앗>, 느림보, 2013
은 이유정 작가가 풍류 아티스트 임동창 선생님의 국악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리는 뿌리가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되기도 하고, 시든 나무가 되기도 하고, 다시 씨앗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소리가 보이는 그림책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국악의 여러 장단 중에서도 중모리 장단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배웠을테지만 워낙 오래됐고, 그 후에도 현재까지 국악이라면 이자람의 공연 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문외한이다. 우리나라의 악기들 중 장구나 북과 같이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에는 왼쪽, 오른쪽으로 두드리는 곳이 있다. 왼편을 두드리는 소리는 “쿵”, 소리가 낮고 울림이 크다...
2022.05.22 -
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봄꿈>, 길벗어린이, 2022
“처음엔 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5·18 사건 개요를 말할 수는 있어도 자세히 들어가면 잔인하고도 처참한 일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5·18이 직접 거론되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가정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 책이 5·18 전부를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이걸 계기로 아이들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랐어요.” - 고정순 작가. 5월 18일 경향신문 기사 중에서 - 5.18이 일어나고 나서 8년이 지나고 나서야 언론에 의해 이 엄청난 참극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지금은 여야 할것없이 참배를 하고 함께 손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지만 불과 42..
2022.05.19 -
명수정,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글로연, 2019
다음달 모임 발제도서로 정한 그림책이다. 주제는 이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마음에 드는 하나의 책을 정하고, 그에 관한 주제를 정한 다음, 다른 한 권을 찾는 순서다. 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책에 중요한 이야기 코드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다. 옷이란게 참 묘하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의식을 규정하는 측면도 있는것 같다. 왜 남자들은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해지는걸까?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근처에 있는 소금광산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광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광부옷으로 갈아입어야했다. 예외는 없었다. 관광객들이 자신이 입고 온 개성넘치는 사복(?)을 광부옷으로 갈아입은 순간, 모두가 똑같이 보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마치 포로수용소에 온 것 같았다. 순식..
2022.02.27 -
레오 리오니, 최순희 옮김, <프레드릭>, 1999년
레오 리오니는 아주 늦게서야 어린이책 작가로 데뷔하신 분이다. 이 그림책은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제대로 읽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어제 동화책 모임에서 "나는 ***한 사람이에요"라는 자기 소개글을 보내달라고 해서 (새로 지회 소개 영상을 만든다고) "나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써서 냈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만났다. 재미있는 우연이다. 내일은 그림책 모임에서 '자신과 닮은 그림책'을 한 권 생각해오라고 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을 보니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아닐까해서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시인이나 예술가로 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출판사에서 마케팅, 홍보일을 하면서 늘 가슴 한켠에 품고 있는 생각은 내가 스스로 유익하고 재미있..
2022.02.20 -
오소리, <노를 든 신부>, 이야기꽃, 2019
외딴 섬에 사는 소녀가 있었다. 친구들은 다들 신부와 신랑이 되어 섬을 떠났다. '나도 신부가 되어야겠어'라고 마음먹고 신부복을 입고 모험을 떠난다. 왜 노일까. 소녀(신부)의 무기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겠다. 이곳을 나갈 배를 찾는데 뱃사공들은 노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신부를 보며 미안하지만 노 하나로는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섬 한 바퀴를 돌아도 자신을 태워줄 배를 찾지 못하자 산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에서 만난 한 사람의 배에는 많은 수의 다른 신부들이 타고 있었다. 소녀(신부)는 거길 떠났다. 산꼭대기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난다. 마치 정동진에 있는 배처럼 산꼭대기에 있는 배다. 호화로운 배를 타면 모두가 부러워할거라며 부추긴다. 신부는 산을 내려갔다. 산을 내려오다가 늪에 빠진 사냥꾼이 ..
2022.02.13 -
아주라 다고스티노 글,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눈의 시>, 오후의 소묘, 2020
오후의 소묘는 2018-2019년도부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출판사다. 소문은 들었지만 책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그림책을 내는 출판사'라는 것만 들었지 자세한 소문은 더 듣지 않았기에 마음가는대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이 책이다. 펴낸이도 로 되어있다. 좀 신비로운 출판사다. 당분간은 이 신비로움을 그대로 두고 책을 접하고 싶다. 와 두 권을 빌렸는데, 두 권 다 isbn 부가기호가 650이다. 650은 로 분류되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알라딘에서의 분류도 어린이책이 아닌 미술>화집, 시>시화집으로 되어있다. 빌려온 두 그림책 다 시에다 그림을 그린 책이다. 그래서 한참 음미해야한다. 나는 눈이 좋아서인지 가 더 좋다. 글쓴이인 아주라 다고스티노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그..
2022.02.02 -
우르슐라 팔루신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비룡소, 2018
3명의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 요즘 이렇게 집중이 안된다. 앞서 폴란드 그림책들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투박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이제까지 봤던 폴란드 그림책 중에 가장 위트있고 밝은 작가인듯 하다. 마치 셀로판지나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보는 세상풍경처럼 모노톤의 그림들이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게다가 독창적이어서 재밌다. 정말 정말 한가해서 거미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을것만 같은 순간 (나도 어릴때 잠자리의 표정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들이 담겨있다. 그림을 설명하는 글들은 아마도 '지금 뭐 해?'라고 묻는 순간을 담은 듯하다. 그러나 그림들은 그 일을 행하기 전의 고요한 찰나를 묘사했다. 그 '정지'의 순간이 아이의 마음속에 사진처럼 남아 있는게 아닐까. 그 순간 아이가 관찰한 무아..
2021.10.11 -
올가 토카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잃어버린 영혼>, 사계절, 2018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 올가 토카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중에서. 만약 제대로 영성에 관한 그림책을 만든다면 이런 그림책이지 않을까한다. 원영 스님 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인디언 원주민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잠깐씩 멈춰서 뒤를 돌아보곤 한다는…너무 빨리 달려서 영혼이 못쫓아올까봐. 마치 모눈종이 같은 내지, 거친 종이질감, 페이지..
2021.10.11 -
존 스텦토, 김민영 옮김, <무파로의 아름다운 딸들>, 상상의힘, 2014
그림이 참 아름다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저자인 존 스텦토는 열여섯 살에 첫 번째 그림책인 로 작업을 시작했고, 이 책 과 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89년 서른여덟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엔 위 두 책만 번역서가 나와있다. 다산기획에서 나온 는 저자명이 존 스텝토라고 되어 있어서 두 출판사가 저자명을 달리 표기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출판사의 표기를 따라 존 스텦토라고 하겠다. 이 책을 통해 스텦토는 흑인 선조들이 지니고 있었던 자부심을 새삼 발견하였으며, 아프리카계 미국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소중하게 기억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책에는 티얼이 수집하고 1895년 책으로 펴낸 가운데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 썼다고 한다. 그림의 세부적인 특징은 짐바브..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