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스타그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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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 타로, 윤구병 옮김 <까마귀 소년>, 비룡소, 1996
출판계에서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직,간접적으로 책 표지를 볼 일이 아무래도 많다. 여러 기관에서 선정하는 추천목록을 들여다 보는 경우도 꽤 있고, 어린이책이 많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1년에 10~20회 이상 매해 바뀌는 추천목록들을 볼 기회가 있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표지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들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표지를 보면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길조보다는 흉조로 인식되어있는 까마귀가 제목이고 게다가 이라니. 소년의 얼굴은 어떤가. 사팔뜨기 같아 보이는 눈모양과 벌어져 있는 입술... 거친 펜터치로 표현된 소년의 모습은 뭔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소 기괴하게 보이는 무서운 표지여서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표지를 보고 기..
2023.08.03 -
질 바슐레 글ㅣ그림, 나선희 옮김, <후다닥닥닥 기사>, 책빛, 2023
오늘은 프랑스 그림작가 질 바슐레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날이었다. 집에 만 갖고 있다가 어제 2023년 신간 를 샀고,오늘 모임에서 를 만나게 돼서 질 바슐레의 작품 여러개를 놓고 비교를 할 수 있었다. 이 작가의 모든 작품에서 다른 그림책이나 소설,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에 위트가 쉴새없이 꿈틀거린다. 다채로운 상징으로 차린 진수성찬을 보는 것 같다. 질 바슐레의 넘치는 상상력은 면지를 가득 채운 그림들에서도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세 작품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은 확연히 다 다르다. 그 중에 특히 맘에 드는 책은 인데, 이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달팽이가 질 바슐레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닐까한다. 달팽이는 몸에서 나오는 점액질로 막을 형..
2023.03.15 -
엘함 아사디 글, 실비에 벨로 그림, 이승수 옮김 <첫눈>, 책빛
은 이란 작가인 엘함 아사디가 글을 쓰고, 프랑스 작가인 실비에 벨로가 모노타이프 기법으로 그림을 찍어서 만든 작품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이란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듣고 자란 엘함 아사디의 어린시절이 투영된 그림책이다. 계절이 바뀌는 걸 다양한 은유로 표현하는건 나라별로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고 엘함 아사디는 말한다. 이 책에서도 나네 사르마라는 구름 위에 사는 여인은 (겨울을 의미하는 신화 속 존재) 봄을 상징하는 '노루즈'라는 사람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다 잠들고 마는데 둘은 끝내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다. (계절의 변화이므로) 이란을 비롯한 페르시아 지역 서아시아, 중동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새해를 3월 21일- 우리나라의 춘분- 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할때는 전국적으로 활기를..
2023.02.14 -
강경수, <나의 엄마>, 그림책공작소, 2016년
지난주 수요일이 국장님 정년퇴임, 송별회였다. 불광에서만 40년. 국장님이 내 나이 정도셨을때 국장님을 처음 뵈었다. 함께 하신 회계 부장님이랑 제작부장님하고는 서로 거의 30~35년을 동고동락하셨으니 가족 이상의 관계다. 무엇보다 힘들때 함께 하셨고 서로 의지하셨을테니 국장님과 헤어지는 심정을 어찌 짧은 몇 마디 말로 다 하실 수 있으랴. 송별회에서 영상으로 축하 메세지를 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작부장님이 눈시울을 붉히시고, 회계부장님도 소감을 말씀하시라고 하니 말을 잇지 못하셔서 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누군가가 퇴사한다고 해서 이렇게 애틋한 적은 없었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영업직이라는 같은 업무를 하셨기에 누구보다 내 고민과 입장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계셨던 분. 국장님과 함께 술 한 잔 하던게 ..
2023.01.01 -
이명애, <휴가>, 모래알(키다리), 2021
이 작품은 이명애 작가가 본인의 실제 경험을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 책의 앞부분 면지 오른쪽에는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이 보이는 달력이 그려져 있다. 이내 작가로 보이는 여자가 두꺼운 옷을 입고 걸어오다 “휴~”하고 한숨쉬듯 숨을 내뱉는다. 이어 여자는 삼척으로 휴가를 가게되고 휴가지에 도착해서도 아직 마음이 휴가에 적응되지 않은 심리가 파란색으로 표현된다. 피부색도 파란색이고, 그림자도 파란색이다. 휴가지에 도착해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낯선 고양이가 지나간다. 고양이의 그림자는 노란색이다. 이내 해수욕장의 모습이 펼쳐지고 노란 백사장과 떠들썩하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직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여자는 방을 잡은 밤 비가 내리는 창밖을 쓸쓸히 바라본다. 다음날 고양이를 따..
2022.11.20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탐방기 2
모 출판사 부장님 말씀에 의하면 예전엔 말 걸어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는 일본관 부스. 이번엔 매우 적극적이고 3일 내내 전체적으로 미팅도 많아서 내심 조금 부러웠다. 일본도 국내경기가 침체되어있다는 방증일까. 그런걸로 치면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것 자체를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이체로웠다. 일본 애니에 대한 인기가 높은 편이어서 주말되니 코스프레를 하고 지나가는 독일 학생(?)들도 자주 보였다.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