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2. 20:44ㆍ카테고리 없음
<덩쿵따 소리씨앗>은 이유정 작가가 풍류 아티스트 임동창 선생님의 국악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리는 뿌리가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되기도 하고, 시든 나무가 되기도 하고, 다시 씨앗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소리가 보이는 그림책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국악의 여러 장단 중에서도 중모리 장단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배웠을테지만 워낙 오래됐고, 그 후에도 현재까지 국악이라면 이자람의 공연 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문외한이다.
우리나라의 악기들 중 장구나 북과 같이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에는 왼쪽, 오른쪽으로 두드리는 곳이 있다.
왼편을 두드리는 소리는 “쿵”, 소리가 낮고 울림이 크다. 조금 두꺼운 가죽을 이용해서 만든다. 궁편(왼편)의 소리는 음의 소리다. (어두운 것, 작아지는 것, 차가운 것 등) 궁편(왼편)의 반대 면인 채편(오른쪽)은 장구나 북에서, 가는 대나무로 만든 딱딱한 채로 치는 얇은 가죽 면을 친다. 소리가 높고 울림이 약간 작게 나도록 조정해서 사용한다. 이곳을 두드리는 소리는 “따”이고 양의 소리라고 한다. (밝은 것, 커지는 것, 뜨거운 것 등) 쿵과 따를 함께 치는게 “덩”으로. 음과 양 두개의 소리가 만나게 되는 소리다.
나무의 한 해 살이, 그리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생명의 순환과정을 중모리 장단으로 표현하고, 장단의 소리를 그림의 한 부분으로 표현했다. 멋진 공감각적 표현이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중모리 장단을 흔히 봄-여름-가을-겨울로 비유하는데 기(봄)-승(여름)-전(가을)-해(겨울)로 구성한다. 특히 겨울에 대해 우리 선조들은 단지 얼어붙어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몸을 푸는 계절로 인식했다고 한다.
작년에 심은 튤립 구근이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의 한 복판에 땅을 뚫고 올라오는 걸 보고 새삼 생명의 힘이 대단함을 느꼈다. 내가 실수로 지나치게 많은 가지를 잘라내 고사한 줄 알았던 포도나무도 여름이 다 돼서 파릇파릇한 잎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덩쿨로 자라나는 것도 경이로웠다. 그 긴 시간 동안 안보이는 곳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다.
가끔은 내 마음에 심어둔, 아니, 나도 모르게 심어진 씨앗이 올라와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밭을 가꾼다는 표현은
처음에 들었을때는 촌스러웠는데 참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느림보에서 만든 북트레일러도 재밌게 봤다. 특히, 뒷부분에 개미가 춤을 추는게 제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