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5. 13:30ㆍ카테고리 없음
바바라 리만이 아버지께 바치는 그림책이다. 글 없는 그림책이다. 보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데이빗 위즈너의 <시간 상자>가 연상이 됐다. 매우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학교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빨간 책을 주워 들여다 보면서 책 속의 지도 안에 있는 한 소년과 교감하게 되고, 풍선을 타고 그 소년에게 날아간다. 소녀가 풍선을 타고 올라 갈 때 떨어진 책을 다시 누군가가 가져가게 된다.
작가에 의하면 어렸을 때 지도를 보면서 오랫동안 꿈꾸던 환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구 반대 편에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반대편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가 서로 만난다면?
작가는 왜 이 책을 아버지께 바친다고 했을까? 이런 상상의 힘을 갖게 한 책을 어렸을때부터 사주셔서 고맙다는 걸까? 아니면 어떤 생각을 하든 자신을 지지해준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었을까.
나는 어렸을 때 사회과부도를 보면서 실제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는 줄 알았다. 국경이라는 선이. 38선이라는 말을 워낙 어려서부터 들어서인지, 그렇게 철조망으로 된 경계나 학교운동장에서 운동회때 바닥에 그리는 하얀색 선같은게 그려져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성인되어서 여행을 가고 넓디 넓은 몽골에서 몽골과 러시아의 접경 지역엔 동양사람과 서양사람이 부부인 경우도 몇 번인가 봤었고, 그렇게 중간지대가 존재함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두부 모 자르듯이 나뉘어진 경계는 없었다.
다른 사람이 또 빨강 책을 이어받아 가는 마지막 장면은 앞에 얘기한 <이까짓 거!>하고도 비슷하다. 연결, 순환되는 고리라고 할까. <나의 빨강 책>은 작가의 소중한 보물상자같은 상징인거 같다.
* 그림책은 나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보물상자다.